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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iculum Redesign for Excellence in Medical Education
Curriculum Redesign for Excellence in Medical Education
Korean Medical Education Review. 2014. Dec, 16(3): 126-131
Copyright © 2014,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 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 Received : October 06, 2014
  • Accepted : October 15, 2014
  • Published : December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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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배 양

Abstract
Higher education is under unprecedented pressure for quality improvement and cost containment/reduction due to global competition and ever-increasing tuition costs. These twin challenges require an unconventional approach, and massive open online courses (MOOCs) and flipped learning have recently emerged as two promising educational alternatives not only to address the current problems but also to direct the future of education. This paper discusses the rapidly changing environment for education, MOOCs, and flipped learning as learning alternatives, the relationship between MOOCs and flipped learning, and course redesign for the implementation of flipped learning. The case of Ulsan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UNIST) is also discussed for benchmarking purposes since it has been pioneering an innovative educational methodology for teaching and learning IT-enabled active learning methods from its inception in 2009. It has redesigned almost 70 courses (20% of all the courses to offer) for flipped learning. The objectives of UNIST’s educational experiment are three-fold: improving the quality of education for students, improving teaching productivity for the faculty, and containing/reducing education costs for the university.
Keywords
서 론
의학교육 기관들은 21세기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우수한 의사를 양성해 왔다. 연구를 통하여 의학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탁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질병 치료와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의학교육을 통해 그토록 유능한 의사(competent physician)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기적이다( Albanese et al., 2010 ). 우리에게 성찰적 역량이 조금만 있다면 의과대학 교육이 얼마나 체계적이지 못한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체제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미래사회 의사들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지식 중심의 일방적 강의는 계속되고 임상실습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내실화가 어렵다. 학생들이 진짜 공부를 하기보다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학습을 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학생들에게는 협력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이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교육방법과 평가방법을 도입하여 더 좋은 의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에도 좀처럼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이 문제이다.
시스템은 두 개 이상의 객체가 연합하여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유기체(entity)로 정의된다. 이렇게 연합한 유기체는 시너지 즉, 시스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교육적 맥락에서 시스템은 넓은 의미의 교육과정을 의미하므로 교육의 제반 요소들이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교육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의학교육 시스템과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현재의 의학교육이 어떤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의과대학 교육에는 다양한 요소가 관련되어 있다. 교육과정, 교육방법, 학생평가,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학생, 교육시설 그리고 교육비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거의 모든 대학이 의학교육에 필요한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논리적 연관성을 갖고 연합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의학교육을 혁신적으로 개편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학습방법은 변화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기보다는 여전히 주입식 강의와 족보 중심의 암기식 공부에 의존한다. 그래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현재의 의학교육이 발전적인 시스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의과대학은 최고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다. 4년 또는 6년의 의학교육을 받고 난 그들에게는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였다.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였을 것이다. 의학에 대해 알아가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즐거움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물 론 모든 학생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급당하지 않는 것과 상급 학년으로의 진학이 전부였다. 따라서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잠재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들은 개업을 염려하고, 미래 수익을 걱정한다.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의학교육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이다.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의학교육의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연구는 현재의 의학교육 시스템을 진단하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단일 모델에 기반을 둔 교육과정 편성
전통적으로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의학의 과학적 토대를 함양하는 전반부 2년과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실제 환자 진료 경험을 축적하는 후반부 임상실습 2년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원화된 교육과정 편성 모델은 1910년 아브라함 플렉스너(Abram Flexner)의 주장에 따라 과학적 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세기 교육과정 편성의 주요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Boudreau & Cassell, 2010 ). 이원적 교육과정 편성 모델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통합교육과정(integrated curriculum), 의사 되기(doctoring)와 같은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지만, 플렉스너가 제시한 기본 모델을 뛰어넘지는 못하였다. 많은 의과대학에서 교육과정 편성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의학의 과학적 토대’와 ‘임상실습’이라는 이원적 구조는 구시대의 산물이다. 플렉스너 당시에는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에게 환자 경험을 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했다. 과학적 지식을 비용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꺼번에 많은 수의 학생을 큰 강의실에 모아 놓고 강의하는 것이었다( Christensen et al., 2008 ). 플렉스너가 의학교육에 미친 지대한 공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교수학습 이론이나 의학교육 환경은 플렉스너가 제안한 이원적 모델을 지지하지 않는다. 교수학습 이론은 의과대학 전반부에 학습한 기초 및 임상의학 지식이 학습자들의 인지구조와 연결되지 않을 경우 임상실습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기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Fosnet, 1996 ). 성인학습자들은 자신의 학습이 실제 환자 진료와 연결되는 경험 중심적 학습을 선호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더 높은 학습효과를 나타낸다( Knowles et al., 1998 ). 과거와 달리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기초과학 지식수준은 상당히 표준화되어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임상실습 교육 이전에 학생들의 기초과학 지식수준을 표준화할 이유도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오픈 코스웨어(open course ware)의 발달은 학생들이 원하기만하면 언제든지 최고 수준의 지식습득도 가능하다.
20세기 후반 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다( Cooke et al., 2006 ; Ling et al., 2008 ). 우리나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통합교과체제를 도입한 의과대학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런 개편의 방향이 많은 경우 외형적 개정(cosmetic revision), 즉 장기(organ)에 따라 단순히 기초과목 시간과 임상과목 시간을 묶어서 함께 배치하는 정도에 그치고 실질적인 교육내용이나 교육방법 등의 변화는 미흡하여 학생들이나 임상교수들은 여전히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분절되어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Yang & Ahn, 2012 ). 통합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존의 학문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두 개 이상의 과목을 합쳐서 새로운 과목을 구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나 경험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여 학습자의 성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 Harden, 2000 ). 따라서 기초 및 임상과목의 학습목표를 시간상으로 나열하여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맥락에 기반을 두어 학습내용을 재조직하고, 학생들이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에서 습득한 개념과 원리를 임상 상황에 맞춰 ‘전이’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질적인 면에서의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플렉스너 모델은 학생들이 지식을 배우게 되면 그것을 나중에 활용할때까지 기억장치 속에 효과적으로 보관해 놓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편성원칙은 의학교육과정의 통합, 통합적 학습경험을 제공하는데 장애요소 중의 하나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의과대학 교육과정 편성의 핵심원칙으로 자리한 플렉스너의 이원적 교육과정 편성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국내외 많은 대학에서 플렉스너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임상조기노출 교육과정, 임상의학 입문과정(introduction to clinical medicine) 개설, 의과대학 저학년에서의 객관구조화진료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임상수행평가(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도입, 의사 되기(doctoring) 프로그램, 인문사회의학(medical humanities and social medicine)의 강화는 좋은 사례들이다. 기초 및 임상의학의 과학적 토대 위에 임상실습이라는 교육과정이 가능하다는 블록쌓기 이론(block theory)보다는 의과대학 전 학년을 통합하여 하나의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어야 한다. 답은 의과대학 교육과정 편성을 단일 모델에 기초해서 수립하는 것이다. Figure 1A , 1B 와 같은 모델은 학생들에게 통합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Figure 1C 의 모델은 의과대학 1–4학년 전 과정을 의사되기 과정으로 구성하고, 기초 및 임상과학을 임상실습과 통합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임상경험을 1학년부터 4학년 과정까지 배치하고, 관련되는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적 토대를 함께 교육하는 것이다. 외국의 선진 의과대학은 벌써 이러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단일 모델에 기반을 둔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실 개념, 학문분야 개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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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ated model for curriculum planning. (A) Dualistic curriculum design. (B) Partially integrated curriculum design. (C) Unidimentional curriculum design.
상호작용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교육방법
의과대학 1–2학년 교육과정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지식을 교육하는 강의로 구성된다. 과거보다는 수업시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6–8시간씩 강의가 일어난다. 강의보다는 소그룹토론이나 온라인 학습을 강조하는 대학도 있지만, 2년 동안 약 3,000시간 내외의 강의가 이루어진다. 강의는 의학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방법인 동시에 효과적이다. 대학 또는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의과대학 강의는 전체 학년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을 이수하고, 대부분의 강의는 팀티칭(team-teaching)으로 이루어진다. 의과대학 1학년 과정에서 교수 1인당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5.7시간, 2학년 과정에서 교수 1인당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1.3시간 정도이다(국내 일개 사립의과대학의 사례이며, 대학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 의과대학 학생 강의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효과적인 슬라이드 제작법, 대형강의 기법, 스토리텔링, 질문과 피드백 기법, 상호작용 장치 도입, 학생 유인물 제작방법 등을 교수들에게 교육하기 시작한 것은 대표적인 노력이다. 의과대학 인증평가 기준에 의과대학 교수들이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관련 프로그램 이수를 규정한 것도 좋은 사례이다. 그럼에도 의과대학 강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의과대학 수업을 관찰한 다음 내용은 의과대학 강의의 불편한 진실을 잘 말해 준다.
8시 30분. 수업 시작이다. 김철수 교수는 120명의 학생 출석을 부른다(1번, 2번 등-때로는 이름을 부르는 일도 있지만, 의과대학에서는 번호가 중요하다). 몇 가지 주의나 당부의 말들이 이어지고, 대부분은 곧바로 슬라이드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실의 모든 빛은 사라지고, 교수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출석을 부르던 때의 긴장감은 편안한 시간으로 바뀐다. 교수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몇백 장의 슬라이드 속에 잘 정리하여 놓았다는 안도감에 이 슬라이드만 끝내면 된다. 학생들의 일부는 초롱초롱한 눈을 갖고 교수의 강의를 주의 깊게 듣고 기록한다.소위 족보팀이다. 학생들은 어쨌든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만 흘러가면 흔히 족보라는 것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편안하다. 1교시는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오후까지 이러한 표준화된 강의는 계속된다(2014년 9월 Y 의과대학 2학년 수업 관찰).
교수들의 교육 역량을 높이는 것이 일정 부분 의학교육의 질적수준을 향상할 수 있겠지만, 상호작용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 운영 전략도 요구된다. 첫째는 일정한 교육 역량을 갖춘 교수들이 학생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들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가르친다는 것(teaching)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수행하는 일체의 활동으로 정의되는데, 목표로 하는 행동을 나타내도록 환경을 계획적으로 조직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반면 학습(learning)은 개인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인간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학습은 가르침이 없는 상태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가르친다고 해도 학습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 하는 것의 정의는 학생들이 무엇을 어느 만큼이나 어떻게 배우느냐의 맥락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 Dressel & Marcus, 1982 ). 교수들이 잘 가르치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인데도 불구하고 ‘가르침=배움’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러한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교수학습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수들만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 운영전략이 필요하다. 둘째는 과목별 수강인원의 제한이다. 수강인원 제한은 여러 가지 이슈를 동반한다. 예를 들어 100명의 학생을 여러 개의 분반으로 나누는 경우 교수진, 강의실 확보가 되어야 하며, 투입되는 자원의 양도 늘어나야 한다. 분반 교육의 질적 수준 표준화도 중요한 이슈이다. 그럼에도 대형 강의의 분반은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다. 일반 대학도 대형 강의가 있기는 하지만, 분반 기본단위를 설정하고 있다. 의학교육의 질적인 수월성 추구를 위해서 과목당 수강인원을 40–80명 단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수강인원제한의 절대적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가 강의실 내에서 통솔력을 발휘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단위가 어느 정도일 것인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의과대학의 경험에 의하면 대형 강의를 분반하는 경우 학생들은 수업에 더 집중하고, 교수들은 더 열의를 가지고 강의하였으며,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은 높아진다고 한다. 분반을 위한 여건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강의를 담당할 충분한 교원이 확보되어 있으며, 교수들은 자신의 강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서로 강의를 하겠다고 한다. 셋째는 의과대학 팀티칭 강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은 학생 1인당 교원 수가 교육부의 인가기준을 초과한다.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은 경우이다. 그렇다 보니 제한된 의과대학 학생 강의를 교수들이 1–2시간씩 나누어서 강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팀티칭이 갖는 장점이 있지만, 동일 교과목 내에서 학습의 일관성, 내용의 연계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연구와 진료부담은 팀티칭으로 이루어지는 과목의 운영회의도 내실 있게 하기 어렵게 만든다. 원칙적으로 과목 내 팀티칭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약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과대학 학생 수준의 강의는 한 명의 전임교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호작용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전략이 어느 정도는 파격적일지 모르겠지만, 의학교육의 수월성과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라 할 수 있다.
학습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단계별 임상실습
의과대학의 임상실습 교육은 1–2학년 과정에서 학습한 의학지식을 실제 환자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의학교육의 핵심이다. 과거도제식으로 이루어지던 임상실습은 상당 부분 표준화되었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와 관계없이 실습기간 학습해야 하는 목표가 수립되고, 실습방법과 평가방법도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의과대학 임상실습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의과대학 3–4학년에서 이루어지는 임상실습이 순환적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학생이 3학년 과정에서 40주의 임상실습(일반적으로 2주 기간의 20개 실습단위로 편성)을 하는 경우 순환적 모델에서는 다음과 같이 임상실습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몇 명의 소그룹으로 편성되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의 임상실습에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2주가 지난 다음에는 다음 실습 단위로 이동한다.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순환구조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임상실습 경험의 연계성 측면에서 보면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순환적 모델에 기초한 임상실습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불완전한 임상실습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5번이나 6번 실습단위에 배정된 학생들은 2–4주의 내과학 임상실습만을 받고, 외과학실습으로 들어가게 된다. 외과학, 소아과학, 산부인과학 등도 같다. 두 번째 내과학 실습단위에 배정받은 학생은 내과학 임상실습을 완료하기까지 38주가 걸린다. 일부에서는 내과학 또는 외과학과 같은 과목들이 분과별로교육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실습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또는 임상실습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순환적 모델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순환적 임상실습 구조는 온전한 임상실습 경험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둘째는 임상실습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수준 통일성 문제이다. 순환적 모델에서는 임상실습 시기별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이 들어오게 된다. 처음에는 어떠한 임상실습 경험도 없는 학생들이, 중간 즈음에는 내과학 임상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이, 더 중간 즈음에는 내과학, 외과학 임상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실습에 들어오게 된다. 시기별로 임상실습을 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다르다면 학생들의 경험수준에 관계없이 임상실습 교육을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지 고민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은 적어 보인다. 학생들의 지식과 경험수준이 다르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당 임상실습 과목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을 강의해야 한다. 셋째는 학습경험의 순차성(sequence)과 연계성(articulation)의 문제이다. 순차성은 임상실습 교육이 어떤 체계적인 순서에 따라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연계성은 교육과정의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이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상실습의 순환적 구조에서는 순차성과 연계성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내과학 실습을 한다면 모든 학생이 내과학 임상실습 일반을 학습하도록 한 다음 분과별 또는 질환별 실습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순환적 구조에서는 이러한 순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실습이 2주 단위로 독립적으로 교육된다는 점은 특정과목의 임상실습 내에서도 연계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호흡계, 순환계, 소화계 등의 임상실습은 있지만 내과학 임상실습은 없다는 자조적인 말도 한다.
Christensen et al. (2008) 은 순환적 임상실습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학교육에서 마지막 2년 동안에 받는 순환실습 방식을 바꾸어서 소규모 그룹으로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받되 모든 그룹에서 같은 진료과에서 첫 실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학생이 진료과를 같은 순서로 거치면서 실습을 하게 된다. 존속적 혁신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해법의 핵심은 학생들이 다음 단계 임상실습에 들어가기 전까지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적 지식과 임상 술기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그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다음 단계 임상실습으로 이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주장이 오늘날 의학교육 환경에서 적용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의학교육 환경은 과거 플렉스너가 바라보았던 환경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해졌으며 충분한 교수자들의 확보도 가능해졌다. 교육내용을 표준화하기 위한 멀티미디어 자료, 표준화 환자, 각종 모형의 활용도 가능해졌다. 핵심은 임상실습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 변화와 학생들의 임상실습 경험을 최우선 순서로 두는 임상실습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에서 협동을 이끄는 학생평가 시스템
의과대학만큼 시험이 많은 대학은 없다. 입학에서 졸업 때까지 자신의 키만큼의 답안지를 작성해야 졸업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학생평가는 언제나 일등과 꼴찌(상위권과 하위권)가 한 학년에 공존한다. 학생들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하위권 학생이 상위권으로 옮겨가는 일은 극히 드문 현상이다. 4년 동안 반복적으로 학생들에게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들이 자녀에게 12년동안 끊임없이 너는 하위권이라는 말을 해 준다면 자녀는 어떻게 변화되어 갈까? 그들은 분명히 우울, 불안, 분노, 공포 등의 부정적심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Spring et al., 2011 ). 의과대학 교육이 이러한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이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이다. 의과대학 교육이 의도한 학생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의 의학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사람들을 배출한다. 아니 의도하지 않은 다른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이해일지 모르겠다.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인 학생들이 국가와 인류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사회의 약자를 위해 의술을 배우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의과대학에 입학한다. 4년의 의학교육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얼마 전 의사면허국가시험에 합격했으니 이제는 한 시름 놓을만하다. 의과대학 재학기간 그렇게 많은 공부를 했지만 대부분 암기했던 내용은 잊어버렸다. 얼마 안 되는 의학지식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거나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의과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진급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족보를 외웠던 기억만 난다. 다른 학생들을 동료라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모두 경쟁 대상이었다. 인턴, 전공의 과정에서도 그럴 것 같다. 나중에 개업하게 된다면 개업위치를 놓고 한바탕 싸움을 해야 할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빨리 인턴,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개업하고 싶다(2013년 Y 의과대학 졸업생 인터뷰).
우리는 학생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어떤 자산을 갖고 떠나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은 그들이 함께한 동료이다. 그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함께 협력해야 할 동료이다. 의학의 다양한 전공 영역에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친구들이다. 의료서비스 과정에서 팀워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팀워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의실에서 교육하는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통합교육과정이나 성과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소그룹 학습을 활성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학생평가 시스템이다. 학생평가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습문화를 바꾼다( Epstein, 2007 ). 1점의 점수 차이로 등급을 부여하고 서열을 부여하는 현재의 상대평가 시스템으로는 팀워크나 동료의식 함양은 불가능하다. 절대평가 시스템이 답이다. 어떤 형태의 절대평가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가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대학의 여건과 맥락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바꾸어도 학생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단지 진급을 원할 뿐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동료와 함께 학습하고, 동료와 팀워크를 이루지 않고는 학습할 수 없도록 학생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더는 동료 사이에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교육은 승자만이 살아남는 게임이 아니다. 교육의 결과는 모두가 승자이어야 한다.
경쟁에서 협동을 이끌어내는 학생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많은 선행 연구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시스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으며, 많은 외국 의과대학이 합격과 불합격(pass and non-pass)과 같은 절대평가 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벤치마킹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이보다는 절대평가 중심의 학생평가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교수개발을 강화하고 학습문화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 론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는 과목이 끝날 때마다 ‘머리를 비워야 다음 공부를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의과대학에서 공부해야 할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서 공부만 한다. 그것도 학생들이 의사로서 활동하게 될 10–15년 후에는 쓸모없을지도 모르는 지식을 암기하고 술기를 익히기 위해서 공부한다. 1910년 Flexner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의학교육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사회화시키는 형성학습(formative learning), 과거로부터 축적된 의학의 다양한 정보를 배우는 정보학습(informative learning)을 지향해 왔다. 하버드 의과대학 Macy Institute의 Armstrong & Barsion (2013) 은 의과대학 학생들이 더는 형성학습과 정보학습에 에너지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한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변화 에이전트(change agents)로 성장해야 한다. 미래사회 국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인재들이 되어야 한다. 의과대학은 재학기간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을 개발하고 변화 에이전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을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투입하는 에너지를 전환학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방법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강의를 어떻게 잘할 것인지, 국가시험에서 어떻게 좋은 성적을 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전환학습이 가능하게 하는 교육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원화된 교육과정 편성원리를 단일 모델로 전환하고, 상호작용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 운영전략을 수립하고, 순환적 임상실습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 에너지를 전환하기 위한 절대평가 중심의 학생평가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의학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국가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사회의 변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의 에너지가 투입되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교육은 사회화 과정의 일부로 이해된다. 학생들은 영원히 강의실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미래의 어떤 시점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학생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습자에서 고용된 사람으로, 학습자에서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이론에서 실제로, 가르쳐지는 환경에서 스스로 배우는 환경으로, 지지적인 환경에서 자기주도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이것은 의과대학의 교육 초점이 강의실에서 사회현장으로 이동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을 살펴보면, 학습자들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실제적인 지식, 수기 및 태도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한 이유의 상당부분이 의학교육의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다. 교육은 실제에 대해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무엇인가를 직접 ‘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자기주도적’이어야 하고, ‘유의미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교수와 학생이 모두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종착점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의 학습 관점에서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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